2011년의 마지막 기도

장인어르신께서 아무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계신지 3주가 되었다.

83년도에도 비슷한 일로 온 가족을 놀라게 하셨고 이제 28년이 지나서 다시 생과 사의 고비를 맞고계신 것이다. 3년만 더 가족들과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그 때의 기도를 기억해 보면, 덤으로 사는 인생으로는 넉넉한 배려를 받으신 것이다. 또 한번의 기적을 바라며 기도를 드리는 것이 너무도 이기적인 욕심일 수 있겠지만, 아무말 없이 침대에 누워계신 어르신을 뵙고 있으면, 이별의 슬픔때문이 아니라 당신께서 살아내신 삶의 아름다움에 그저 가슴이 먹먹해진다.


(어르신께서 남기신 노트 한권의 첫 페이지)
누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자매를 미워하면,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.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.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자매도 사랑해야 합니다.

그리고 그 노트는 주변의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셨던 내용을 빼곡히 정리해 두셨다. 통장에는 "JOY"라고 이름을 붙이시고, 그 한 줄 한 줄의 나눔을 채워가시면서 덤으로 누리신 두번째 삶을 즐기신게다. 어쩌면 그 하나 하나의 나눔 때문에 3년을 넘어 2011년 12월을 선물로 받으셨을지도 모르겠다. 그 선물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조급함에 답답하기도 하지만, 다른 한편으로는 부르심에 담담하게 놓아드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기도 하다. 


삶이란 죽음 앞에서 늘 이기적일 수 밖에 없겠다. 이제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첫 손녀가 결혼하는 모습도 보고싶으시겠고, 갖은 애교로 과자를 졸라대는 다른 손녀들에게도 환하게 웃음지으시는 할아버지로 오래도록 남고 싶으시겠다.  


그러나...
당신께 가장 소중한 기쁨은 늘 기도처럼 준비하신 나눔의 소명이셨다.
그것이 덤으로 사는 두번째 생명의 이유라고 말씀하신 것처럼.


그래서...
감히 또 한번의 기도를 드릴 수 있다. 가족을 잃어야 하는 슬픔에서가 아니다.
허락하신다면, 세번째 삶이 두번째 삶보다 더 아름다우실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.


by 처음처럼 | 2011/12/29 17:51 | 끄적끄적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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